[멘탈헬스코리아 피어스페셜리스트 기고①]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해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멘탈헬스코리아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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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니모의 친구 도리처럼!”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해 주저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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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헬스코리아 청소년 피어스페셜리스트 김도원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




어린 시절 재밌게 보았던 영화, ‘니모를 찾아서’를 기억하시나요?

과거의 ‘트라우마’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청소년과 사람들에게 ‘도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 말린은 상어로 인해 아내를 잃고, 소중한 알들마저 거의 모두 빼앗기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단 하나의 알이 생존했고, 그 알의 주인공이 바로 말린의 아들, ‘니모’입니다. 하지만 말린은 상어 사건으로 인해 언제라도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잃을 수 있다는 극심한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아들인 니모를 과잉보호하게 되고, 니모가 학교에 가면 시도 때도 없이 니모를 걱정하느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입니다.




말린이 니모를 잃어버렸을 때도 두려움과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니모를 구하기 위한 모험에 선뜻 어떤 용기를 내지 못하는데,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친구 ‘도리’를 만나면서 그도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이 없는 도리는 무엇이든지 용감하고 거리낌 없이 도전합니다. 겁이 너무 없어서 어쩔 때는 ‘무모할만큼 과감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타인의 말로 인해 상처입은 경험 때문에, 그리고 또 누군가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던 기억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때로는 어린 아이처럼 망설입니다. 마치,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니모의 아빠 ‘말린’처럼 말이죠. 사실은 저도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학기 초반 제 영어실력은 뛰어나지 못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졌고(사실 지난주에 공지한 과제를 알아듣지 못함), 너무 긴장한 나머지 주어진 10분 동안 외국인 친구들 앞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눈빛, 친구들의 비웃음 등으로 인해 저의 얼굴은 새빨개졌고 평생 수치스러운 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제게 ‘발표 공포증’이라는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발표’라는 단어만 들어도 온몸에서 땀이 나고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한 발표 관련 수업과 수행평가는 점점 늘어났고, 특히 외국인 선생님 앞에만 서면 머릿 속이 하얘지는 현상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고 싶었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웠고 발표 과제가 있는 전날 밤에는 악몽을 연속적으로 꾸었습니다.



저를 비웃던 외국인 친구들이 계속해서 제 꿈에 등장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더이상 과거에 발목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캐릭터, 도리에게서 그 해법을 찾았습니다. 바로 의도적으로 도리가 되어서‘기억 상실증 대작전’을 해보기로 한 것입니다.



학교 과제로 발표를 준비하면서 과거의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그네를 타러가거나 노래를 듣거나 혹은 재밌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등의 발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5분 동안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마치 도리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나는 그런 일 없었는데?’라는 말을 주문처럼 스스로 되뇌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때는 무작정 가족들 앞에서 발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저의 가족은 제가 만든 기억 상실증 대작전에 함께 참여해 주었고, 발표 연습 중 실수를 할 때는 마치 제가 원래 발표를 잘했던 사람인 것처럼 “원래 재능이 있는데, 컨디션이 안 좋구나.” 혹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긴장을 했나?”와 같은 말로 저를 안정시켜 주었습니다. 트라우마 탓에 가족들 앞에서조차 발표 연습을 하기 힘겨운 날에는 제가 키우는 애완견들 앞에서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수십 번, 수백 번 이런 작전을 반복하며 발표 연습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2019년 교육부가 주체한 한 행사에서 100여명이 넘는 현직 선생님들 앞에서 ‘청소년이 말하는 청소년 상담’이란 주제를 가지고 30여 분간 강연을 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손에서는 땀이 계속 났고, 머릿속이 다시 하얗게 변하려고 했지만 ‘나는 도리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이 발표를 해야 하는 이 순간에 집중한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되 뇌인 결과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 속의 모든 안개가 깨끗이 걷힌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현 시점에서, 저는 발표를 그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혹시 과거의 기억에 발목이 잡혀서 하고 싶은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이 있으신가요?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 자신감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지지는 않으신가요? 어떤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무리 고통스러운 기억일지라도 외면하지 말고 그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픈 기억을 떠올릴수록 더욱 더 스스로에게 상처가 되고, 자책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그때 나는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까?”

“~했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 우울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우리, 때로는 단기기억 상실증인 도리처럼 살아보기로 해요!

용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도리처럼 말입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당신을 겁쟁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질 땐 그 생각을 환기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셔야 합니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암호 같은 행위를 추천합니다. 아픈 기억도, 트라우마도 우리에겐 모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필자 소개>



김도원 양은 멘탈헬스코리아의 청소년 피어스페셜리스트로 현재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도원 양은 지난 2019년 멘탈헬스코리아가 주관한 청소년 자해 인식개선 프로젝트의 글로벌 청원 및 오프라인 캠페인을 주도하였으며 이는 KBS 추적 60분 <소리없는 아우성, 청소년 자해>편에 방영되기도 하였다. 또한 교육부 주관의 청소년 문자 상담 서비스 ‘다들어줄개’전문상담원 약 15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용기있게 드러내며 대한민국 청소년 정신건강의 조기예방 및 개입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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