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서 이제는 MHK에 고용이 된 최초의 피어스페셜리스트 - 조현수

멘탈헬스코리아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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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피어스페셜리스트에서 최초로 고용이 된 조 현수 팀원 인터뷰'


Q1. 간단한 자기소개랑 근황을 얘기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조현수입니다. 간호학과 재학중이고 지금은 방학 중이라 푹 쉬면서 봉사랑 알바 번갈아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멘탈헬스코리아에서 주최했던 피어스페셜리스트 3기로 활동했었고 지금은 사회적 처방 전문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의 팀원이 되었습니다.



Q2. 멘탈헬스코리아는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떤 활동을 하셨었나요?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청소년의 입장에서 청소년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학창시절에 많이 외롭고 힘들었었는데 그런 저를 알아봐주고 손 내밀어주는 위로를 친구들에게 많이 받았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 많고 많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아픔이 강점이 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써둔 멘탈헬스코리아의 썸머캠프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지원서를 제출할 때 제 스토리를 하나하나 되짚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경험을 안전한 공간에서 공유하고, 청소년 정신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강의, 토론, 페스티벌 개최 등등을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끌렸던 문구처럼 제 아픔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던 뜻 깊은 경험이었어요! 최근에는 저를 포함한 피어스페셜리스트들이 다같이 자신의 경험을 용기있게 써둔 책이 곧 출판 되구요.



Q3. 아픔이 강점이 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현수님의 아픔의 강점은 어떤 것인가요?
 -카테고리로 따지자면 가정폭력이랑 소수자성이고 포괄적으로 따지자면 외로움과 정상성에 대한 강박 같아요. 가정폭력 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정말 많이 다투시고 그 다툼에 많이 노출이 되거나 화풀이 대상이 되던 경우가 많아서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견뎌내는 걸 잘하게 된 것 같아요, 소수자성에 대한 것은 보통 사회가 정해놓은 틀이 있고 그것에 벗어나면 비정상이라는 틀에 갇혀버리고 말잖아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정상이라는 범위에 들어간 적이 없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라는 강박에 많이 시달렸던 것 같아요. 내가 아닌 것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외로움을 누구하고도 나눌 수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냥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해요. 굳이 발버둥치기보단 내가 특별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느정도의 외로움과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중인데 절친이 되진 못한 것 같아요.



Q4..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선 가정폭력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잘 버텨주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가정폭력이 힘든 이유가 제대로 된 처벌이나 복지가 부족한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안전한 울타리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고, 폭력이 폭력이라고 인지하기도 무척 어렵기 때문도 있구요. 본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나 고통받아도 된다는 포기 대신 가족들에게 기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연습을 하셨음 좋겠어요. 저도 이 아픔에 대해선 아직 많이 힘들고 실질적인 방법이 도움이 되었던 적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워요, 가정폭력을 당해서 정신과에 가고 싶어도 미성년자는 제약이 있는 걸로 알거든요. 그래도 청소년 대상의 무료 상담 신청( 부모님 동의가 딱히 필요 없는 것으로 앎)이나 쉼터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한국 여성의 전화를 추천해 드릴게요. 찾기 힘들 수 있지만 학교에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음 좋겠어요.
소수자성 때문에 힘드신 분들께는 본인의 성격과 소수자성이 비슷한 커뮤니티를 찾아서 용기를 얻으셨음 좋겠어요. 절대 혼자가 아니고 교정의 대상이나 문제가 아니고 본인이 더 완전하게 나다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말씀해드리고 싶어요.



Q5. 가정폭력을 말씀하셨는데 왜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받지 못하셨을까요?
 -가정폭력하면 가장 먼저 경찰신고를 떠올리시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가정폭력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에 가족을 신고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들고 정말 경찰이 출동해도 가족끼리 일어난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쉼터 같은 경우도 우선순위에 해당하지 못하면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유입되는 인구는 많으니까 들어가더라도 오래 있지 못해요. 가족들에게 연락도 가구요. 그리고 가정폭력 중에서는 물리적인 폭력 뿐만 아니라 가스라이팅같은 정신적인 폭력에도 노출되기 정말 쉽거든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없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정신적인 어려움이 생겨도 정신과 같은 경우는 보호자의 동행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제대로된 치료 또한 이어지기 힘들어요. 저같은 경우는 부모님이 정신과를 반대하셔서 시에서 주관하는 무료상담을 받았었는데 그것마저도 강제로 끊어버리셨던 기억이 나요.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을 당하면 견디기도, 회복하기도 너무 힘든 것 같아요.



Q6. 멘탈 관리 방법이 따로 있으실까요?
 -저는 정말 많이 믿고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으면 멘탈이 많이 나아지고 잘 살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항상 누군가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때도 있었어서요. 그때는 깨어있기가 힘들어서 도피하듯이 잠을 잤는데 꿈자리가 힘들고 일어나서 눈을 떴을 때 그 감정이 이어지는게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일기를 쓰면서 내 감정이 어땠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최대한 솔직하게 쓰려고 했어요. 초창기에는 그저 감정 쓰레기통에 불과했는데 나중에 가서는 예전의 일기를 읽어보며 당시의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주거나 잘 살고 싶다 라고 일기를 끝내는 저를 볼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일기를 쓰는 방법을 아주아주 추천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인데 저처럼 감정을 소리내어 표현하거나 세세히 나누기 힘드신 분들은 인터넷에 감정카드를 쳐서 섬세하게 내 감정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Q7. 일기를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일기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정말 자신을 다 내려놓고 부끄럽거나 힘든 일이 있더라도 내가 나를 위로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쓰는게 좋은 것 같아요.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쓰면서 정리가 되고 내 감정이 왜 그랬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나만 볼 거니까 글을 잘 쓰거나 굳이 덧붙여야하는 미사여구가 필요없어서 좋아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걸 글로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쓰시면 감정 정리에 좋지 않으실까 싶어요. 마음이 진정이 되면 다음 날 어땠는지 객관적으로 내가 고치거나 했으면 좋았을 행동들도 알게 되구요.



Q8. 지금 기분은 어떠신가요?
 -잔잔해요. 지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잔잔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Q9. 옛날과 비교했을 때 많이 괜찮아지신 이유가 있나요?
 -우선 상담 치료가 정말 많이 도움이 되었구요. 또래 친구들과의 위로와 좋은 어른들과의 관계가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성인이 된 것도요.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회에서 억압받는다는 느낌을 안 받는 게 가장 커요. 의무적으로 학교나 집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아주 괜찮아 졌어요. 그래도 할머니와 사이가 정말 좋은 편이라 집에 있기 너무 힘들면 할머니 댁에서 지내곤 하거든요.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는 기분이고 집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Q10. 친구들과 좋은 어른들의 도움이 크셨다고 했는데 어떤 도움을 받으셨고 둘의 특성이 어떻게 다를까요?
 -솔직해졌을 때 집에서 예민하다, 이상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성격이 많이 방어적이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희망을 얻을 수 있었어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저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서 괜찮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운이 좋게도 학교에서나 상담 선생님,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만났던 좋은 어른들이 저를 존중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삶의 방향을 알게 해주셨어요. 특성이 다르다기보다는 결이 다르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고 청소년기에는 두 집단의 적절한 균형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Q11. 기억에 남는 친구들, 혹은 어른들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많이 힘들고 외로웠던 날에 친구가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왜 나는 이렇게 힘들고 우울한 날이 많을까 한탄하니까 저에게 바다 같다고 해줬거든요. 바다는 수없이 파도가 치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생명을 품을 수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말이요! 예민한 기질과 어쩔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 당장 바꿀 순 없지만 그만큼 남을 안아줄 수 있다는 말 같아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기억이 나는데요, 고등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입시가 다 끝나고 가족들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아져서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할머니 집에 갈 거다, 학교에 못 나갈 것 같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공부를 잘하지도 유난히 튀던 아이도 아니었는데 입시가 다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매일같이 문자로 제 상태가 어떤지 물어봐 주셨어요. 필요하면 정신과에 같이 가주겠다고 말씀도 해주셨고요, 그걸 보면서 정말 큰 위로를 느꼈고 저도 선생님처럼 좋은 어른이 되어서 진심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실질적으로, 감정적으로 이끌어줄 수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11.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일이 있다면?
 -저는 성적 장학금을 받은 일이 가장 행복했어요. 고등학교 때 포기를 많이 하고 무기력하게 보낸 적이 많아서 학과에 적응할 수 없을 거라는 얘기를 가족들에게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온전히 무언가를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와 건강한 마음가짐이 뒷받침되니까 결과가 잘 나와줘서 정말 정말 행복했어요. 하면 된다는 용기가 마음에 깊이 새겨져서 앞으로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12 멘탈헬스코리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활동?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썸머 캠프 첫날인 것 같아요. 대표님이 어ᄄᅠᆫ 질문을 남기시면 그렇다/아니다 두 그룹으로 나뉘는 활동을 했었거든요. 처음에는 힙합을 좋아한다. 예/아니요 같은 가벼운 질문이었는데 예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답변하는 사람에게 인형을 안겨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리고 대표님과 부대표님께서 솔직하게 답변을 해주셔서 나중에는 자살 생각을 해봤는지,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ᄄᅠᆫ지 같은 무거운 질문도 거부감 없이 남들에게 오픈하고, 진심으로 서로 위로해줄 수 있던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그때는 지금보다도 더 방어적이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했던 경험이에요. 그 안전한 경험을 동료들과 겪고 나니 진심으로 한 명 한 명이 다 멋있었고 활동을 할 때마다 박수나 위로를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어요.



Q. 13. 앞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멘탈 헬스코리아를 더 많은 사람이 알도록 홍보하고 싶어요. 제 경험을 용기 있게 오픈해서 한 명이라도 더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음 좋겠구요. 그리고 유독 청소년들이 각종 혐오나 폭력에 노출되는 위험이 많은 것 같아요. 이런 폭력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매뉴얼들을 만들어보고 싶고 어떤 거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Q14. 꿈이 있나요?
 - 개인적으로는 저 자신을 챙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가장 큰 꿈이고, 혼자 잘 살기보다 조금 어렵고 힘들 수 있더라도 남들과 함께 잘 살고 싶어요. 크게 바라보는 꿈은 마음의 아픔이 있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든지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저 같은 외로움과 힘듦을 겪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과 감정적인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1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썸머 캠프 때 정신질환은 조기 예방이 중요하다고 대표님께서 강의를 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수많은 안전교육과 사고 예방을 하는데 왜 정신질환은 그 교육에서 배제되어 왔을까요.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등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쓰이는 교실에서부터 우리 가족 중엔 문제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려는 가정에서까지. 특히 예민하고 외로운 청소년기의 심리적인 힘듦이 부정당하거나 방치당한다면,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남기도 하거든요. 누군가가 힘들다, 우울증인 것 같다고 말을 하면 그것을 이상하게 보지 말고 최대한 빨리 그 사람을 위한 위로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서 먼저 누군가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아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요! 지금까지 다리가 부러진 적 없다고 앞으로도 다리가 부러질 리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가족과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어서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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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one should face a mental health challenge alone.'